SBS 매거진 1992년 5월호 92년을 달린다
「해빙기의 아침」으로 데뷔하는 탤런트 이소희
꿈 속으로 들어선 행복한 신인
누구에게나 첫 출발은 중요한 법이다. 이제 막 연기자의 길에 입문한 햇병아리 신인 탤런트에게도 물론 첫 작품, 첫 배역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마디의 대사뿐일지언정 TV에 얼굴을 내밀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즐거운 것이 신인들의 마음이지만 이왕이면 비중있는 역을 맡아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은 것도 모두의 욕심일 것이다.
남보다 조금 먼저 그런 행운을 잡은 이가 이소희이가. SBS 소설극장 제4화 「해빙기의 아침」의 사진모델 조혜진 역으로 출연하게 된 그는 SBS 제2기 탤런트로 얼마전 서울방송에 입성했다.
유부남을 사랑하면서도 전혀 도덕적인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사랑에 당당하고 적극적인 조혜진(이소희), 처음맡게 된 배역인 색깔있는 여자 혜진 역이 자신에게 과연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도 일었지만 "야하고 섹시한 역이 어울린다"는 프로듀서의 꼬임(?)에 냉큼 해보겠노라고 나섰다. 드라마에 삽입되는 스틸사진 촬영에서 야한 포즈를 잡는 일이 쑥스러웠다며 얼굴을 붉히는 그는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철저하게 혜진이가 되라"는 선배들의 충고대로 자기최면을 걸면서까지 열심히 했단다. "「해빙기의 아침」 촬영을 통해 한편의 드라마라는 것이 연기자 개개인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연출진, 연기자 모두가 한 팀으로서 호흡을 맞추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공동작업 과정은 힘들지만 매우 즐겁고 매력있는 일이었습니다."
촬영과 신인 탤런트 연수일자가 겹쳐 연수에 성실히 참가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촬영현장에서 실제로 체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단다. 연기자를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꿈을 이룬만큼 요즘은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어려서부터 눈썰미가 있어 무엇을 배우든지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나 그 '끼'를 발휘하여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 했고 선수생활까지 한 기계체조와 수영실력도 만만치 않다. 영동여고 시절 영극반 활동을 통해 '연기자'를 자신의 길로 정하고 동국대 연극영화과에서 본격적으로 연기수업을 쌓았다. 방송에 대한 실전 경험을 위해 리포터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자신이 목표한 것이라면 철저히 준비하고, 꼭 이루고야 마는 악바리(?) 이기도 하다.
인복이 많은 덕에 늘 주위의 사람들에게 도움만 받는다고 하지만 1남 2녀의 막내로 새침하고 차가위 보이는 얼굴과 덜리 서글서글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겅격을 보면 누구에게나 인이있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에게 이번 5월은 꽤 초조하다. 비록 탤런트로 출발하기 전에 SBS 개국 드라마 「길」, 신정특집 드라마 「다시 열리는 세월」에서 얼굴을 잠깐 내비치기는 했지만 「해빙기의 아침」이 그로서는 정식 데뷔작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첫 출발은 순탄했다. 이제 자신에게 주어질 평가가 조금은 두렵기도 하지만, 주역이 아닌 조역이라도 꼭 필요한 연기자가 되고 싶고 미스테리물이나 이중적인 성격의 배역에 도전하고 싶은 것이 앞으로 바람이다. S
글 / 신선화
사진 / 서창식